경남도민일보 2007-03-14일자
"남명 사상" 현대코드와 만나다
윤효석·최석기씨 서예·글로 재해석...17일부터 "남명정신과 문자의 향기" 전시
도내 중견 서예가 윤효석 씨가 수십 년 째 남명 조식 선생을 연구하고 있는 경상대학교 남명학연구소 최석기 교수와 손을 잡고 전시회를 연다.
▲ 최석기씨가 펴낸 책
오는 17일부터 진주 도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남명 정신과 문자의 향기"전이 바로 그것이다. 전시작품은 총 102점. 그 중 95점은 최석기 교수가 최근 펴낸 <남명 정신과 문자의 향기>라는 책 속에도 있다.
두 사람이 남명 조식 선생을 주제로 코드를 맞춘 연유는 무엇일까.
남명 조식 선생은 퇴계 이황 선생과 함께 조선 성리학 대가로 불리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현대인에게 남명 조식 선생을 알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최 교수는 남명 조식 선생의 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글들을 윤효석 선생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부탁했다. 이 글들을 그림과 서예로 표현해달라고.
남명 조식 선생의 사상을 글로 표현한 최석기 교수. 이를 서예로 표현한 윤효석 씨. 장르는 다르지만 통하는 것이 있다. 현대 문화코드와 남명사상의 접목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윤효석 선생은 창조적 욕구가 강하고 끊임없이 작업합니다. 그런 그의 기를 좋아합니다."
최 교수의 말 그대로 윤효석 씨의 작품에는 야생의 기를 조련할 줄 아는 힘이 있다. 속세와 거리를 두고 싶어한 남명 조식 선생의 마음을 꼿꼿한 겨울나무와 함께 담았다. 추상화, 풍경화와의 만남도 자연스럽게 이끈다. <절개>라는 작품 속에는 황량한 절벽 위로 남명 조식 선생의 사상을 담은 글을 하나하나 써 나갔다.
남명학을 십 수년 째 공부하며 <나의 남명학 읽기> <남명과 지리산>을 펴낸 최석기 교수는 윤효석 씨의 전시와 맞춰 <남명선생과 문자의 향기>를 펴냈다.
책장을 넘기자 고전에서 풍기는 예스러움이 가신다. 남명 선생의 삶과 요체가 추상적인 서체 등 현대서예와 어우러져 있다. 실린 글 또한 시도 아니요, 산문도 아니다. 남명 조식 선생의 사상을 자기화 한 자유로운 글이다.
다양한 실험이 돋보이는 윤효석 씨의 전시회 주제는 최석기 선생이 펴낸 책 제목과 같다.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는 윤효석 씨의 작품이 최석기 교수의 책 속에서 독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최석기 교수와 윤효석 씨는 남명사상을 현대적 코드로 재해석했고 전시와 출판을 동시에 해 그 소통의 벽도 허물어 버린 셈이다.
▲ 윤효석 작 <솔과 대>
최 교수는 <남명 선생과 문자의 향기> 중 "남명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주제에서 한편의 시처럼, 수필처럼 마음을 읊어놨다. "남명 조식 선생은 거리두기를 했다. 닭이 먹이를 쪼는 땅과 큰 기러기가 나는 하늘 그만큼의 거리두기. 남명은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다."
최석기 교수의 글이 끝날 즈음 작품 하나가 독자에게 "거리두기"를 청한다. 앙상하지만 드센 나무 한 그루가 속세와의 거리를 두고 힘껏 내닫고 있다. 그 안에 씌어진 글씨가 글과 같은 향기를 품는다. "파아란 하늘을 보면 퍼뜩 정신이 난다. 고개 숙일 일만 하며 살았느냐고."
남명 조식 선생의 "세상과 적절하게 거리두기"는 어쩌면 두 사람이 추구하는 고전과 현대와의 적절한 거리두기와 통한다. 최석기 교수가 적은 책머리말 중에서 그 마음이 읽힌다. "고전은 매일같이 재해석돼야 한다. 물이 고이면 썩듯 고전의 언어도 썩기 때문이다. 썩으면 생명력이 없어진다. 그래서 그 시대의 문화코드에 맞게 매일 재해석이 이뤄져야 한다. |